우리 아이 마음의 닻

오레곤에 있는 연어 양식장 (salmon hatchery)을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연어의 알을 부화시켜 10인치 정도까지 키워서 내보내면 생존 확률이 수백 배 높아지기 때문에 시작된 미국 정부 프로젝트입니다. 이 연어들은 바다에 나가 자란 뒤 다시 이 양식장으로 돌아옵니다. 연어들은 수 마일 밖에서 누군가 물에 한 방울 잉크만 떨어뜨려도 그 냄새를 맡을 수 있다고 합니다.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오고 싶어하는 회귀본능은 인간에게도 있습니다. 동부에서 생활하다가 중부로, 다시 캘리포니아로 이주했다가 한국으로 돌아가는 분들의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만, 지금 있는 곳이 아무리 좋아도 어릴 적 그 느낌을 잊기 힘든가 봅니다. 그리고 잊어버릴 수 없는 그 느낌의 근원지는 대개 엄마요, 또 그 엄마와 함께 뛰놀던 공간입니다. 아이들에게 엄마는 “secure base—안전 기지”입니다. 아이들은 엄마 곁에 머물다가 어느 정도 안전하다 느껴지면 엄마 주변을 돌변서 원의 반경을 조금씩 넓혀갑니다. 이 원을 “circle of exploration—탐험의 원”이라고 부릅니다. 아이가 자라면서 이 원의 크기도 점점 더 커져 나갑니다. 엄마가 잠간만 옆에 없어도 울고불고 난리법석을 떨던 아이도, 나이가 들어 학교에 가면 당연히 아무렇지 않게 즐겁게 하루를 보내다가 집에 돌아오곤 합니다. ‘지금이야 학교에 있지만 집에 돌아가면 어머니가 계시다’는 것을

채찍도 당근도 아닙니다

심하게 벌받던 기억, 80년 이전에 태어나신 분들은 한 번쯤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90년대 학번이지만 저도 중고등학교 시절 심한 체벌을 목격하며 자랐습니다. 벌을 받고 자세가 좋아지는 경우도 있겠지만, 사실 처벌은 기본적으로 학습을 위한 두뇌활동을 중단시킵니다. 처벌받을 때 아이의 뇌와 몸에는 이른바 ‘싸울 것인가 도망갈 것인가’라는 스트레스 반응이 격렬히 일어나는 것이지요. 이렇게 되면 뇌는 학습은 뒷전, 생존을 위해 취해야 할 다음 단계를 준비하기 위해 바빠집니다.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학습에 대한 의욕을 갖게 되지 않는 것은 그냥 ‘기분’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렇다면 벌은 자제하고 상을 주는 것에 집중하는 건 어떨까요? 어린 아이들은 스티커나 사탕, 중고등학생들은 돈으로 아이들을 바람직한 행동을 유도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이런 방법은 아주 “효과적”입니다. 결과가 바로 나타날 수 있지요. 하지만 상은 급격히 그 효능을 잃는 경우가 많습니다. 더불어 좀 더 근본적인 문제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상을 받는 것은 바람직한 행동이 줄 수 있는 참된 기쁨과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게 만들 가능성이 많다는 점입니다. 보상에 대한 기대가 학습 활동 중 느낄 수 있는 기쁨을 원천적으로 차단해 버리는 것이지요. 뿐만 아니라, 보상이 약속되어 있는 경우 문제 해결의 창의력도 저하됩니다. 특정한 과제를 주고 보상을 약속했을 경우와 그렇지 않았을

자연에서 발견하는 경이 (AWE)

아침 일찍 유치원에 와서 밖에 놓인 테이블에 앉았습니다. 아직은 젖어 있는 풀줄기와 싱그러운 이슬 냄새, 조용히 덩굴지며 담을 타는 푸른 잎새와 서서히 밝아오는 아침 햇살이 아름답습니다. 자연은 늘 경이롭습니다. 자연의 경이(awe)를 발견하도록 도와주는 것은 우리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 중 하나입니다. 자연은 오감을 모두 사용하여 교육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공간입니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발견한 사람은 자신의 영역 밖에 존재하는 세상에 대한 인식을 키우며 이기적인 자아를 극복해 나갑니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는 사람은 그것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데 부지런하여 창의력을 키우게 됩니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즐기는 사람은 그 속에 살아가는 기쁨을 갖게 되니 쉽게 좌절하거나 우울에 빠지지 않습니다. 떼를 쓰고 우는 아이, 아무리 달래도 통하지 않을 때 그저 데리고 나와 세상을 보게 하고 자연을 경험하게 하면 아이는 이내 침착해지는 것을 거듭거듭 보게 됩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요? 저도 교육 분야에서 20여 년 일하여 아이들을 다루는 여러가지 노하우가 있지만 자연이 주는 경이로움과는, 그 경이로움이 아이의 마음을 변화시키는 힘과는 비교할 수 없습니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 줄기차게 낚시를 다니던 류시화 시인은, 낚시는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지난 십 년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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