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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도시, 작은 가게, 작은 유치원


보스턴에 살 때 자주 가던 빵집에는 1960년대에 찍은 사진이 걸려 있었습니다. 그 가게도 그렇게 오래된 비지니스였지요. 저는 이 빵집에 갈 때마다 종종 그 사진을 자세히 살피곤 했는데 길의 모습, 건물의 위치와 크기 등은 별로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차의 모양, 사람들의 차림새만 다를 뿐 도시의 모습은 그대로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부동산이 엄청나게 비싼 곳이지만 고층 건물을 짓지 않고 그 옛날의 모습들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참 특이하다고 느꼈었습니다.

미국 전역, 안 가본 주가 손으로 꼽을 정도로 돌아다녀 보았지만 쇼핑몰과 월마트, 기타 눈에 익은 스토어들 덕분에 어디 가든 낯설지가 않습니다. 필요한 것들 무엇이든 구할 수 있고, 어떤 스토어에 가면 무엇이 어디에 있는지 쉽게 찾을 수 있어 좋습니다. 하지만 그래서 단조롭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어딜 가든 새로울 것이 없어 보입니다.

뉴욕, 시애틀, 찰스타운 등과 더불어 보스턴이 좋은 이유 중에 하나는 작은 가계들입니다. 수십 년간을 이어온 가게들, 그 가게들을 단골로 정하고 다니는 지역 주민들, 그들 덕분에 월마트와 스타벅스와 같은 대기업들이 자리잡기 힘들어하는 모습은 보스턴에서만 볼 수 있었던 특이한 점입니다. 작은 가게들이 그 도시를 차별화하는 중요한 특징 중 하나입니다. 작은 기업들이 많아 좀 더 좋은 사회를 일구어낼 수 있었던 스위스를 통해 배우는 교훈도 이와 비슷합니다.

저희 Veritas Montessori Academy가 지난 주 IRS로부터 비영리 단체로 승인을 받았습니다. 그동안 많은 어려움이 있었고 개인적인 이익 없이 계속 쏟아 붇기만 해야 했던 힘든 기간이었지만 아이들에게 좋은 교육과 활동의 공간을 제공하고, 선생님들에게 적지만 빠짐 없이 사례를 할 수 있었으며, 연방 및 주정부에 세금을 잘 낼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합니다. 작은 유치원이지만 적은 인원의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끼치며 공동체를 이루어 온 것이 참 소중합니다.

창업자들은 현대의 전사들이라는 표현을 종종 듣습니다. 다들 대기업이 좋고 큰 가게가 좋은 세상입니다. 저도 휴스턴 지역의 이렇다할 만한 많은 유치원들을 방문해 보았지만 저희 VMA처럼 작은 유치원은 흔하지 않습니다. 다들 Texas Size라고 할 만합니다. 다들 대자본으로 시작된 곳들입니다. 그래서 창업은 더욱 쉽지 않은 곳이 텍사스입니다. 이런 곳에서 작은 유치원을 시작한 저는 정말 무모한 사람이었지요. 하지만 VMA를 지금까지 유지시켜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저는 VMA가 작아서 좋습니다. 작은 공간, 작은 공동체이기에 친밀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우드칩이 깔린 길을 걸어야 건물로 들어올 수 있기 때문에 번거롭기도 합니다. 특히 비가 오는 날엔 더 그렇지요. 하지만 그래서 낭만이 있습니다. 자연에 조금 더 노출됩니다. 조금 더 움직이게 됩니다. 전체적인 숫자가 적기 때문에 아이들의 발달 상황과 특징을 다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와도 훨씬 더 많이 교감(interact)하게 됩니다. 저를 비롯한 선생님들 모두가 아이들에게 좋은 롤 모델로 역할할 수 있습니다.

VMA가 오랜 기간 이 지역에 뿌리를 내리게 되면 이 지역을 특징짓는 유치원이 되리라 기대해 봅니다. 아이들에게 일관된 교육을 제공하면서도 매일매일 새로운 것들을 시도하며 끊임없이 바꿔 나가는 기관, 아이들, 학부모, 선생님들 모두에게 많은 유익을 끼치는 기관으로 성장해 나가기를 소망합니다.

베리타스 몬테소리 아카데미 Veritas Montessori Academy

김철규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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