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는 Low Maintenance

April 11, 2019

아틀란타의 대형 교회에서 부목사로 일하던 친구 톰은 스위스에 있는 미국인 교회에 자리가 생겨 스위스로 이사하게 되었습니다. 경치는 탁월하지만 숙박비가 비싼 곳이지요. 자연스레 아는 사람이 많은 톰의 집에는 수많은 방문객들이 다녀가게 되었습니다.

 

사람들 치뤄내기가 쉽지 않던 톰과 그의 아내는 손님들을 두 가지 종류로 구별하게 되었습니다: 손이 많이 가는 손님과 손이 적게 가는 손님 (High maintenance guests & low maintenance guests). 손이 많이 가는 손님들은 말 그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다 해줘야 하는 손님들입니다. 공항 픽업, 식사 대접, 관광 안내, 엔터테인먼트에 이르기까지 끊임없는 요구로 일관하는 사람들이지요. 저도 보스톤 살면서 손님을 많이 치뤘는데, 과연 그런 사람들이 있습니다! 반면 손이 적게 가는 손님들은, 말 그대로 알아서 하는 사람들입니다. 잠만 재워주면 됩니다. 집주인에게 폐가 가지 안도록 신경 쓰고 배려하는 사람들입니다.

 

아이들을 보면서도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손이 많이 가는 아이들과 손이 적게 가는 아이들이 분명히 있습니다. 예를 들어 화장실에 다녀오면 꼭 가서 확인해야 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변기 물을 내리지 않았고 싱크대 주변에는 물이 흥건하며, 반드시 불은 끄지 않고 나오는 아이들이지요.  그러면 저는 그 아이를 불러다가 하나씩 하나씩 친절하게 가르칩니다. 말은 부드럽게, 하지만 반드시 자기 손으로 치우고 끄게 합니다. 친절하게 얘기하지만 할 때까지 기다리고 가르칩니다. 그렇게 한 번 해주면 다음에는 손이 조금 더 적게 가고, 또 점점 나아져서 나중에는 그 아이가 화장실 쓰기 이전과 쓴 이후의 모습이 별 차이가 없습니다. 이것이 sustainability의 개념이기도 합니다. 내 다음 사람에게 내가 사용하기 이전과 같거나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해 주는 것입니다. 이 세상을 우리가 살기 이전과 비슷하거나 더 좋은 상태로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는 겁니다.

 

이런 것을 배우고 습관화한 이 아이, 이 아이는 이제 집에 가서도, 적어도 화장실 사용에 관한 한 low maintenance kid가 될 겁니다. 부모에게도 그렇고 대학 기숙사 룸메이트에게도 그렇고 미래의 배우자에게도 그럴 겁니다.

 

우리 아이가 Low maintenance person으로 자랄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부모가 경계선(boundary)를 잘 긋는 것이지요. 경계선은 우리를 제한하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를 벼랑과 돌, 험한 지형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선입니다. 부모가 해줘야 할 것과 그렇지 않는 것에 대한 분명한 인식과 실천이 필요합니다. 쉽게 말하면 아이가 할 수 있는 일, 엄마가 해주지 않는 것입니다. 내 아이 돕는 일이라면 쏜 살 같이 달려가는 우리 어머니들, 생각해 봐야 할 일입니다.

 

우리 아이, 어떻게 키우시겠습니까? 요즘 부모가 코치에게 뇌물을 주어 일류대학에 합격하는 아이들이 있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만, 그런 아이들, 평생 부모에겐 high maintenance children이 될 겁니다. 우리 아이, 사람들로부터 “저 사람 high maintenance야!”라고 불리면 안되겠지요?

 

아이가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해줄 수 있어서 기쁜 것도 사실이지만, 어떻게든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도와줍시다. 우리 아이에게 써야 하는 힘과 에너지를 줄여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봅시다. 이제는 우리 아이도 우리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도록 키워봅시다.

 

베리타스 몬테소리 아카데미 김철규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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