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함을 참을 줄 아는 우리 아이


Adrenalin Junkie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스카이 다이빙이나 자동차 경주 등을 할 때 느끼는 극단의 스트레스와 그에 대한 반응으로 분비되는 다량의 아드레날린을 경험하며 흥분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들을 칭하는 단어입니다. 그러나 그런 극단적인 활동을 좋아하는 사람만 아드레날린에 중독된 것은 아닙니다. 일을 미루고 미루다가 마지막에 급하게 하는 사람, 바쁘지 않으면 지루해서 일을 자꾸 더하면서 바쁜 것을 은근히 즐기는 사람, 지루한 것을 참지 못하는 사람도 비록 정도는 좀 덜하지만 이런 부류에 속합니다.

벽에 기대 앉아 하염없이 상상만 하던 어린 시절 기억의 한 순간을 떠올려봅니다. TV는 말할 것도 없고, 게임이나 장난감도 별로 없어 개미집을 열심히 파보기도 하고, 갖가지 나비와 잠자리를 잡으러 다니거나, 집 안에 몇 권 없던 책들을 열심히 읽던 기억이 있습니다. 동화책이 별로 없어 위인전이나 두꺼운 소설을 읽기도 했습니다. 나중에 라디오가 생겨서 그 라디오를 열심히 들으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던 기억도 떠오릅니다. 가진 것이 많지 않아 더 좋을 수 있었던 시절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요즘 아이들은 이런 일을 하기에는 너무 바쁩니다. 악기, 외국어, 운동 각각 한 가지씩, 학교 클럽 활동, 주말 봉사활동, 거기에 연주회와 운동 경기도 관람해야 합니다. 삶이 지루하기는 커녕 매일매일 시간이 모자라고, 몸과 마음이 지쳐 있을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도 부모들은 자기 아이에게 충분히 해주지 못하는 것 같아 불안해합니다. 학교에 점심 먹으러 가줘야 하고, 아이에게 핸드폰 주고 그 위치를 추적해야 하고, 집에 있는 아이도 카메라로 볼 수 있어야 직성이 풀립니다. 이런 지나친 부모의 간섭은 여행 중에도 예외는 아닙니다. 아이들이 긴 여행길에 지루해할까 봐 무슨 영화를 몇 분씩 틀어줄지도 미리 계산하고 영화를 미리 다운로드 받아 놓습니다. 경치보고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이 여행의 목적이리라 생각해보지만, 집에서 해도 되는 일들 하느라 먼 길 힘들게 오가는 모습들이 오히려 안타깝습니다. 여행가서 호텔 방에서 전혀 나오지 않은 적이 있다는 고등학생도 보았습니다.

창의력을 키우기에는 떠먹어주는 밥에 너무 길들여진 우리 아이들입니다. 그래서 이젠 아이들이 지루하다고 불평해도 그냥 좀 놔두는 “용기”를 내봐야 하리라 생각해 봅니다. 그렇게 하다 보면 어른들이 일일이 챙겨주는 것에만 의존하는 모습에서 벗어나게 되리라 기대합니다. 아무 생각없이 앉아서 보여주는대로 즐기기만 하는 동영상 앞에 하염없이 앉아 있지도 않으리라 기대해 봅니다. 스스로 무언가 재미있는 것을 찾아서 하는 독립적 태도도 키워지리라 생각합니다.

그러고 보면 지루함이 우리 아이들에게 주는 혜택이 많습니다. 지루해하는 내 아이를 그 지루함에서 구출해 주려고 그렇게 힘쓰지 말 일입니다. 지루함을 스스로 이겨내면 창의력을 계발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습니다. 부모들이 한 발자국 물러서야 할 일입니다.

꼭 들어맞는 예는 아니지만 실수했던 일이 생각이 납니다. VMA에 있는 닭은 대부분 VMA에서 태어났는데, 이 닭들이 병아리로 부화하던 중 한 번은 병아리가 불쌍해서 알을 깨는 것을 도와줬던 적이 있습니다. 그 좁은 틈에서 그 작은 부리로 깨기에는 너무 단단해 보이는 껍질… 그걸 몇 조각만 떼내어 줬는데 그 병아리는 살아남지 못했습니다. 좋은 마음으로 그랬지만 어리석은 행동이었습니다. 지나친 간섭 때문에 한 작은 생명이 잃어버려졌습니다. 껍질을 깨는 진지함은 아닐지언정, 지루함도 견디지 못하고 해결해 주고야 마는 성급한 부모의 모습을 벗어버려야 할 때입니다.

Veritas Montessori Academy 김철규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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