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는 우리 아이
아이들을 보면 어떤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보다 더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떤 아이가 더 사랑스러울까요? 예쁜 아이, 잘 생긴 아이? 그렇지 않습니다. 제가 볼 때 가장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아이는 소통을 잘 하는 아이입니다. 아직 말을 못하지만 어른을 보고 미소를 지어주는 아이, 간지러움을 피웠더니 웃으며 장난치는 아이,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시선을 주고 관심을 보이는 아이는 다른 아이들보다 조금 더 사랑스럽습니다. 어른의 입장에서도 소통에 대한 관심과 의지를 보여주는 아이에게 다가가는 것이 한결 수월합니다.
이렇게 보면 아이를 조금 덜 예뻐하게 되는 이유 역시 소통을 거부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부모의 말을 무시하기 시작하는 나이—주로 두 살에 시작됩니다. 영어론 Terrible two, 한국말론 미운 세 살! 말 끝마다 “NO,” 사람들 앞에서 떼를 쓰는 건 기본입니다.
두 살이 힘든 이유는 자기가 뭐든 할 수 있다고 믿고 싶은데 잘 되지 않으니 도움을 받아야 하는 자신이 대한 좌절감이 중요한 원인입니다. 그래도 여전히 도움은 받고 싶지 않고, 도움을 주려는 어른들과의 커뮤니케이션도 거부하니 관계의 문제가 생기는 것이지요. 그래도 누워서 잘 때 보면 아직 젖먹이 얼굴이라 너무나 사랑스럽습니다. 그렇게 힘들 때 잠시 지나 세 살, 네 살이 되어 가면 조금씩 커뮤니케이션이 쉬워지고, 그러면서 아이의 사랑스러운 모습도 한층 깊어갑니다. 이 나이 때의 아이들에게 귀엽다고 “Hello, babies” 라고 부르면 “We are not babies”라고 소리치곤 하는데 그런 모습도 참 사랑스럽습니다.
물론 소통을 거부하는 시기가 곧 다시 찾아옵니다. 미국 나이로 여섯, 한국 나이로 일곱 살 때 주로 오고, 다시 좀 잠잠해졌다가 사춘기에 접어들면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십 대 때의 반항과 소통 거부도—비록 증세는 두 살 때와 다르겠지만—원인은 두 살 때나 마찬가지입니다. 부모로부터 독립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지요. 물론 10대 청소년에게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어른들처럼 차도 몰고 다니고, 돈도 편하게 쓰고, 누구에게 구속되지 않고 살고 싶은데, 모든 일에 제한이 걸려 있는 현실 앞에 좌절감을 많이 느끼게 되는 나이입니다. 부모가 도와주는 것이 싫고, 부모와의 커뮤니케이션도 거부합니다. 젊은 아가씨에게 맘에 들지 않는 남자가 자꾸 쫓아와서 말 걸고, 선물 주고, 만나자고 하면 싫어할 수 있듯, 십대 아이들은 부모를 그런 식으로 보는 경우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한마디로 소통을 거부합니다. 부모로선 사랑스럽다고 느끼기가 조금 힘든 때입니다.
소통을 잘 하는 법, 그건 그 다음 문제—일단 소통 잘 하는 아이가 사랑받는 사실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Veritas Montessori Academy 김철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