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잘 이해하는 우리 아이


유학파들이 다들 그렇지만 미국 유학 와서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일주일에 책 네 권씩 읽고 페이퍼를 두세 개 쓰는 생활을 7년간 쉼없이 하며 너무너무 지쳐가던 기간이 있었지요. 몸이 아파도, 살이 찌고 몸이 둔해져도 신경 쓸 겨를이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폐렴에 두 번을 걸렸었는데 쉴 새 없이 쏟아지는 기침에 가슴이 아파 너무나 고통스럽더군요. 그런 경험이 있은 후 놀러 왔던 정신과 의사 친구로부터 자아 인식과 자기 성찰에 힘을 쏟으라는 뼈 있는 충고를 들었습니다. 목표를 향해 다른 모든 것들을 기꺼이 희생해 버리는 태도를 고치라는 것이었습니다. 단순한 한 마디였지만 저에게는 눈이 확 떠지는 조언이었습니다. 이후 몸과 마음이 좀 더 건강해진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관계도 좋아지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컴퓨터가 최고의 바둑과 체스의 최고 고수들을 다 이겨내는 세상이지만 기계에 없는 것이 자신의 몸과 환경을 인식하는 능력—의식(consciousness)—입니다. 컴퓨터는 연산과 기억에는 탁월하지만, 자기 스스로를 인식하는 능력, 혹은 그에 기초해서 자신을 돌보는 능력이 전혀 없다고 말할 수 있겠지요. 한마디로 플러그 뽑아내면 그만입니다. 하지만 사람은 자신의 몸과 환경을 인식할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필요에 따라 조정하고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자아 인식(self-awareness)—이 있습니다. 자아 인식 능력은 자신이 처한 상태를 객관적으로 아는 것, 이에 따른 자신의 느낌과 감정을 인식하는 것, 행동의 동기와 방법 등을 이해하는 것 등입니다.

아이들에게 중요한 자아 인식 능력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건강에 대한 인지 능력 (튼튼해, 팔이 아파, 힘이 없어), 감정에 대한 인지 능력 (좋아, 기뻐, 슬퍼, 화났어), 온도와 날씨에 대한 인지 능력 (추워, 더워) 등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이런 것들에 대해 물어보고 스스로 대답하고 표현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것은 너무나 중요합니다. 물론 엄마 아빠가 느끼고 있는 것을 주입하지 말고 스스로 표현할 수 있는 방법과 어휘들을 제공해 주는 것이 관건입니다.

더불어 아이가 어떤 식으로 동기 유발이 되는지를 살피는 것도 중요합니다. 동기 유발 방식을 파악하는 것은, 처음에는 바람직한 행동을 유발하기 위한 방법으로 부모가 활용할 수 있겠지만 나중에는 아이 스스로 목표를 향해 나아갈 때 자신에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부모가 아이의 동기 유발 방식을 이해하지 못하고 특정한 결과만을 요구하며 대개 갈등이 시작됩니다. 소에게 억지로 물을 먹이는 목동이 있고, 스스로 먹도록 유도하는 목동이 있듯, 뭐가 쉬울지, 뭐가 장기적으로 모두에게 유익할지를 결론짓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자아 인식 능력이 탁월한 사람은 다른 사람의 느낌과 감정, 생각도 읽을 줄 아는 능력을 갖게 됩니다. 자신을 미루어 남을 이해하는 것이 가능해지는 것이지요. 사실 자기의 상태와 진정한 필요를 인식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의 필요를 무시하고 억압적인 행동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관심의 초점이 자기에게서 남에게로 이어지는 단계로의 전환이 쉽진 않습니다. 하지만 훈련된 자아 인식 능력을 타인의 필요와 감정을 인식을 위해 활용하게 되는 것이 가능해지면 관계가 좋아지는 것은 말할 나위 없습니다.

우리 아이, 자기가 어떤 상태에 있는지, 지금 있는 환경은 어떤지, 다른 사람은 어떻게 느끼고 행동하는지 볼 수 있도록, 이해할 수 있도록,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Veritas Montessori Academy김철규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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