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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공연한 두려움 없이 살아가기를


“절규” (The Scream, 1893)이라는 유명한 작품을 남긴 노르웨이의 화가 에드바르 뭉크는 어느 날 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 교외에서 산책하다가 엄청난 공포를 경험합니다: “해 질 무렵 두 친구와 산책하고 있을 때였다. 하늘이 갑자기 핏빛으로 변했다. 나는 말할 수 없는 피로감에 더 이상 걸을 수 없어 난간에 기대어 서야만 했다… 자연이 엄청난 소리로 끝없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공황 장애입니다. 공황 장애는 심장이 터지도록 빨리 뛰고 가슴이 답답하며 숨이 차고 땀이 나는 등 여러 가지 신체 증상이 죽음에 이를 것 같은 극도의 공포 증세와 동반되는 질환입니다. 제가 아는 어떤 분은 운전 중에 자꾸만 공황 장애가 와서 운전 자체를 최대한 회피하는 경우도 본 적이 있습니다. 공황 장애가 운전 중 찾아온다면 굉장히 위험할 겁니다. 공황 장애를 경험한 분들이 호소하는 가장 큰 두려움은 언제 다시 증세가 나타날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극도의 두려움이 또 다른 두려움을 가져오는 것이지요. 불안이 불안을 낳습니다.

에드바르 뭉크의 공황 장애는 어릴 때의 경험에 원인이 있다고들 합니다. 뭉크가 아직 어린 시절 어머니와 누이가 결핵으로 사망합니다. 자신의 삶을 놓고 종종 존재론적 절망에 빠지던 그의 아버지의 모습도 그가 훗날 공황 장애를 겪게 하는 큰 원인이 되었다고 평가하는 연구자도 있습니다. 사실 부모의 영향이 훗날 정신적인 문제를 불러 일으킨 사람들이 많습니다. 피할 수 없는 질병이나 재난을 경험하지 않은 경우라고 해도 자녀의 학업 성적에 대한 지나친 요구, 일관성이 없는 가르침, 죄책감을 불러일으키는 훈육 등이 자녀의 정신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대개 이런 문제들은 그 문제 하나만으로 훗날 큰 문제를 불러 일으키진 않을 겁니다. 그러나 고통스런 경험이 잘 치료되지 않고 또 다른 고통을 경험하는 상황에 놓이게 될 때, 취약해진 마음은 더 깊은 나락으로 떨어질 것입니다. 약해진 면역력이 문제입니다.

물론 두려움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법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권위에 대한 기본적인 존중과 이해가 없다면, 그래서 자신이 모든 것의 기준이 되어버린 사람이라면 인생을 살아가며 예기치 못한 어려움도 종종 겪게 될 것입니다. 다만 불필요한 두려움, 그 근거를 알 수 없는 두려움을 갖고 살게 되지는 않기를 바라는 마음은 우리 부모들의 공통된 바람이겠지요.

아이들이 불필요한 두려움을 갖지 않고 살도록 도와주는 방법 중의 하나는 아이들에게 일관성을 보이는 것입니다. 행동에 대한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살아간다면, 그리고 그에 대한 설명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아이는 무엇을 믿고 무엇을 바래야 할지 모르는 불확실성 속에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반면 같은 상황에 대한 일관된 반응은 아이에게 사람과 세상에 대한 신뢰를 심어줍니다. 예외가 있을 수 있지만 예외는 더 커서 배워도 될 겁니다.

아이를 너무너무 좋아하면서도 때론 끊임없는 아이의 요구에 지치는 경우도 많을 겁니다. 그래서 친절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버럭 화를 내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너무너무 예뻐하다가 화를 내었다가, 화낸 것이 미안해서 또 마구 잘 해 주다가, ‘너무 잘 해주니 또 이런다’고 화를 냈다가… 극단을 오고 가는 부모의 모습은 아이에게 혼동스럽습니다. 예뻐할 때도 적절히 조절하고, 아이의 행동 때문에 화가 나려할 땐 붙들고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말하는 모습을 보여줍시다. 위 아래로 파도치는 감정의 상태, 그 차이를 조금씩 줄이는 겁니다. 떨어졌을 때 올리려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높아졌을 때 적절히 낮추려는 모습이 필요합니다.

오늘 나의 태도가 내 아이의 평생 건강을 좌우한다는, 다소 과장된 태도로 자신을 돌아보며 아이를 대하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겁니다.

김철규 원장, Veritas Montessori Acade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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