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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찍도 당근도 아닙니다


심하게 벌받던 기억, 80년 이전에 태어나신 분들은 한 번쯤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90년대 학번이지만 저도 중고등학교 시절 심한 체벌을 목격하며 자랐습니다. 벌을 받고 자세가 좋아지는 경우도 있겠지만, 사실 처벌은 기본적으로 학습을 위한 두뇌활동을 중단시킵니다. 처벌받을 때 아이의 뇌와 몸에는 이른바 ‘싸울 것인가 도망갈 것인가’라는 스트레스 반응이 격렬히 일어나는 것이지요. 이렇게 되면 뇌는 학습은 뒷전, 생존을 위해 취해야 할 다음 단계를 준비하기 위해 바빠집니다.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학습에 대한 의욕을 갖게 되지 않는 것은 그냥 ‘기분’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렇다면 벌은 자제하고 상을 주는 것에 집중하는 건 어떨까요? 어린 아이들은 스티커나 사탕, 중고등학생들은 돈으로 아이들을 바람직한 행동을 유도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이런 방법은 아주 “효과적”입니다. 결과가 바로 나타날 수 있지요. 하지만 상은 급격히 그 효능을 잃는 경우가 많습니다. 더불어 좀 더 근본적인 문제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상을 받는 것은 바람직한 행동이 줄 수 있는 참된 기쁨과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게 만들 가능성이 많다는 점입니다. 보상에 대한 기대가 학습 활동 중 느낄 수 있는 기쁨을 원천적으로 차단해 버리는 것이지요. 뿐만 아니라, 보상이 약속되어 있는 경우 문제 해결의 창의력도 저하됩니다. 특정한 과제를 주고 보상을 약속했을 경우와 그렇지 않았을 경우를 비교한 연구 결과들이 이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처벌도 칭찬도 아니라면 어떤 방법이 아이들을 지도하는데 가장 좋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행동의 인과 관계를 찾아가는 것입니다. 많은 부모님들이 눈 앞에 드러나는 행동만 보고 행동을 조종하려 하지, 그런 행동을 일으키는 원인을 생각치 않습니다. 하지만 원인에 대한 진단이 없는 행동 교정은 또다른 문제를 일으킬 뿐입니다. 아이들의 행동에 문제가 있을 경우 원인은 의외로 단순할 수 있습니다. 불규칙적인 식사, 지나친 텔레비전 시청, 수면 부족, 부모의 불화 등 허허실실인 셈이지요. 너무 명백해서 잘 깨닫지 못하는 원인—이런 것들을 찾는 것이 우선입니다.

더불어 처벌이나 칭찬 이면에 자리한 부모 스스로의 동기를 살피는 것도 중요합니다. 아이를 믿고 신뢰하기 보다는, 부모가 원하는 대로 조정하려는 부모일수록 처벌과 칭찬에 대한 의존도가 높습니다.

자녀 교육은 늘 계산이 아닌 예술이지요. 정답이 없고 끊임 없이 자기 자신과 자신의 관계를 성찰해야 하는 과정입니다. 그래서 힘들고, 그래서 재미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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